매콤한 주꾸미 삼겹살 불고기를 내놓는 식당은 서울 시내 곳곳에 있지만 ‘교동집’이 유명하다. 홍대 입구 일대에서 주꾸미 볶음으로 오랜 역사를 지닌 맛집이다. 칼칼하고 매콤한 양념에 재운 주꾸미와 삼겹살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일단 둥근 번철에 삼겹살을 빙 두르고 주꾸미를 가운데 놓고 볶아 먹는다. 삼겹살 기름이 가운데로 흘러들어 주꾸미의 담백한 맛을 보완한다. 안주로도 식사로도 좋다.
알배기나 제철 주꾸미는 아니지만, 머리까지 저릿한 양념이 맛있다. 기분 나쁘지 않게 맵고 탱탱한 주꾸미 맛과 잘 어울린다. 볶음을 먹은 후 밥을 볶아먹어야 한다. 밥도 잘 어울려 제3의 궁합임을 곧 깨닫는다. 1, 2층으로 자리는 넓은 편이지만 시원한 날씨에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먹을 수 있는 1층이 좋다는 것을 먹다 보면 알게 된다.
홍어삼합의 ‘수도’ 격인 목포 하당에 있는 ‘오미락’은 홍어삼합을 곧잘 한다. 홍어회의 강력한 풍미와 묵은지의 알싸한 맛을 두툼하고 부들부들한 삼겹살로 감싸 안는 어울림의 미학(味學)을 체험할 수 있다. 각기 다른 맛의 재료가 서로 보합해 새로운 맛을 내는 홍어삼합은 특출난 음색의 솔로 가수들이 모인 프로젝트 그룹 같은 모양새다. 해산물과 육지의 것, 그리고 이들을 지휘할 강한 맛의 채소(김치)가 들어간다. 아직 삭힌 홍어가 두렵다면 그리 삭히지 않은 차진 식감의 홍어를 주문하면 된다. 홍어는 숙성미도 좋지만 자체의 씹는 맛도 찰떡처럼 존득해 그 맛을 찾는 사람이 많다.
장흥삼합이야말로 새로운 궁합의 선두주자다. TV 여행 테마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전 국민에게 이미 알려진 장흥삼합은 그 호화로운 식재료 구성만으로도 눈길을 잡아두기에 충분하다. 장흥 한우에 키조개 관자, 표고버섯을 함께 구워 먹는 것이 장흥삼합이다. 쌈에 키조개 관자를 얹고 그 위에 소고기와 표고버섯을 올린 다음 입안에 넣으면 진한 감칠맛이 그윽하게 퍼진다. 향과 맛이 잘 어우러지는 삼합이다. 특히 담백하면서도 쫄깃한 관자가 들어가 폭신폭신하며 꼬들꼬들 씹히는 느낌이 압권이다.
장흥은 호수(장흥호), 바다(득량만), 산(천관산·가지산), 강(탐진강) 등을 안고 있어 모든 재료가 이곳에서 나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로컬 식재료’의 매력 포인트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장흥 ‘만나숯불갈비’는 좋은 고기와 화려한 칼솜씨로 장흥삼합의 맛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곳. 고소한 한우삼합을 보다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솜씨’까지 가히 사합(四合)이라 부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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