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면옥 = 원래 광복 전인 1944년 서울 종로통에서 창업했다고 하니 무려 70년이 넘었다. 1946년 현재의 위치에 자리를 틀고 인천 냉면의 맹주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집이다.
동치미만 쓰는 본래의 평양냉면과 달리 고기가 풍족했던 인천에서 진화한 고기육수 평양냉면이다. 간은 슴슴하지만 육향은 짙다. 여기다 시원한 맛을 더하는 동치미의 적절한 배합이 이 집 맛의 비결이다. 순면은 아니지만 적당하게 끈기와 향기를 유지하는 면발도 좋다. 불고기와 녹두전, 만두 등 이북 음식을 함께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인천 중구 신포로46번길 38. 1만 원.
◇진미평양냉면 = ‘강남냉면’의 인기를 주도하고 있는 집. 유명 냉면 노포 주방에서 근무한 셰프가 각 메뉴의 장점을 모아 차린 집이다. 얇지만 씹을수록 숨어 있던 메밀 향이 마지막까지 풍기는 면발에다 육향을 숨긴 투명한 이른바 ‘수돗물’ 육수, 진한 맛을 뿜는 수육과 계란, 무, 오이 등을 올린 꾸미까지 21세기 개업집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내공이 있다.
특히 가슴이 뻥 뚫릴 정도의 시원한 국물이 인기라 사방에서 ‘냉면 해장파’가 몰려든다. 물론 저녁에 고기소 가득한 만두와 어복쟁반 등으로 선주후면하는 주객도 들끓는다. 서울 강남구 학동로 305-3. 1만1000원.
◇부원면옥 = 서울 시내 평양냉면집 중 가장 저렴한 가격대로 대대로 인기를 끄는 집. 개업 연수도 반세기가 넘었다. 약간은 낯설게도 뽀얀 국물에 굵은 면을 말고, 꽤 두툼한 돼지 수육을 올려준다. 달달한 동치미와 구수한 육수에 씹는 맛 좋은 면발을 똬리 틀어넣은 냉면은 맛도 좋고 푸짐해 남대문시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거뜬한 끼니와 장을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시장냉면’답게 꾸미 인심이 좋다. 냉면만 먹어도 배가 부르지만 매콤 새콤한 닭 무침도 물리칠 수 없어 대부분 곁들이게 되는 메뉴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4길 41-6 부원상가 2층. 8500원.
◇사곶냉면 = 백령도 사곶에서 상호를 딴 냉면집이다. 이름하여 백령도 냉면이다. 우리 영토 서북 끄트머리 섬 백령도는 인천 옹진군이지만 사실 황해도와 바싹 붙어 있다. 냉면의 한 줄기를 이루는 황해도 냉면의 맥이 흐른다는 뜻. 냉면에 까나리액젓을 곁들여 감칠맛을 즐기는 독특한 방식이 특징이다. 새까맣고 쫄깃한 면을 사골육수에 말았다.
뽀얀 사골국물은 차가워져도 고소한 맛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육수에 까나리액젓을 한두 방울 떨어뜨리면 풍미가 한층 진해진다. 비빔냉면과 물냉면 중간쯤인 반냉면도 선택 장애가 있는 이들에게 인기 메뉴다. 인천 남동구 논고개로 253-2. 8000원.
◇태백 평양냉면 = 평양만큼 추운 태백에서 즐기는 냉면도 감탄을 자아낸다. 해외여행 갔다가 뜻밖에 친구를 만난 듯 아주 반가운 메뉴다. 고기를 삶은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붓고 거뭇한 면을 삶아내 탈탈 털어 말아준다.
비교적 진하고 구수한 육수지만 거기에 섞인 시원한 동치미 맛을 숨길 수 없다. 절묘한 조화를 이루도록 잡아주는 것은 간을 적당히 한 덕택인 듯하다. 평양냉면은 밍밍해 도무지 적응할 수 없다는 이들에게도 대부분 만족을 주는 맛. 목을 타고 넘는 시원한 육수에 달달하고 아삭한 무김치, 그리고 탄성을 살짝 간직한 면발이 충성도 높은 단골 무리를 이끌고 있다. 강원 태백시 보드미길 17.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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